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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_깻잎꽃, 들깨의 또 다른 이름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이어지는 쉬는 날, 저는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논과 밭을 거닐다가 감도 따고, 모처럼 흙냄새도 맡았습니다. 그때 눈에 익숙한 깻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했습니다. “깻잎에 꽃이 핀 걸 본 적이 있었던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흰빛이 살짝 도는 연둣빛 작은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무심히 지나칠 뻔했지만, 자세히 보니 바로 깻잎의 꽃, 들깨꽃이었습니다. 
우리가 반찬으로 먹는 깻잎은 사실 ‘들깨’라는 식물의 잎이에요. 봄과 여름에는 향긋한 잎을 따서 먹고, 가을이 되면 꽃이 피고 나서 들깨 알맹이가 열려 들기름이 됩니다. 들깨는 잎도, 꽃도, 열매도 버릴 게 없는 참 고마운 식물입니다.
들깨꽃은 아주 작고, 가까이 다가가야만 볼 수 있습니다. 길쭉한 줄기마다 오밀조밀 달린 작은 꽃송이들, 새 생명이 다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깻잎은 자주 보지만, 꽃은 거의 보지 못합니다. 그만큼 이 꽃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제 할 일을 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통 우리는 ‘꽃’ 하면 화려하고 눈에 띄는 장미나 튤립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들깨꽃을 보면, 식물의 모든 부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낍니다. 잎은 잎대로,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제 몫을 다하듯,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다르게, 그러나 의미 있게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 둘레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 친구 한 사람 한 사람도 그렇습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 작지만 정성을 다해 맡은 일을 하는 사람이 결국 세상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깻잎은 잎으로도, 꽃으로도, 열매로도 쓰임이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잎’처럼 배우며 자라지만, 언젠가는 ‘꽃’처럼 피어나고, ‘열매’처럼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사랑을 나누는 날이 올 것입니다.

다음에 식탁에서 깻잎을 보면, 오늘 본 작은 들깨꽃과 고소한 들깨 씨앗을 함께 떠올려 보세요. 우리가 먹는 깻잎 한 장에도 이렇게 깊은 생명 이야기와 배움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추석을 맞이한 가을, 작게 피어난 들깨꽃을 보며 마음에 새겨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답게 피어나는 것이 진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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