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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_가을 풀꽃, 작지만 단단하게 피어라
작성자 최진수 등록일 2025.10.22

교장샘터025_교장일기

가을 풀꽃, 작지만 단단하게 피어라



가을은 나무보다 풀꽃과 풀잎의 색이 바뀌는 게 먼저 눈에 듭니다.

운동장 둘레, 담장 곁, 화단, 길가 어디서나 풀꽃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화려한 장미나 국화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가만히 보면 그들만의 조용한 생명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골마루 전시에는 가을 풀꽃 14가지를 담았습니다.

(1027일부터 예정~)

보라색, 노란색, 흰색, 분홍색...

서로 다르지만 함께 어우러진 색들이

가을 풍경을 그려줍니다.


풀꽃들은 조용히 피어나며

우리에게 삶의 속도를 알려줍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네 계절은 반드시 올 거야.”

그 작고 단단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1. 고구마꽃과 고마리

고맙습니다, 오늘도 조용히 피어 있어줘서

고구마꽃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땅속에서는 알찬 고구마가 자라고, 땅 위로는 잎만 무성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식물이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생각하곤 하지요.

하지만 늦가을, 첫서리가 내리기 전

보라빛 나팔 모양의 꽃이 조용히 피어납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보이지 않아도 자라고 있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고마리는 논둑이나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작은 분홍빛 꽃송이들이 줄기 끝에 오밀조밀 달려 있고,

그 이름처럼 고마운 풀이라 불립니다.

옛사람들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쓰며,

작지만 쓸모 있는 식물로 사랑했지요.


고구마꽃과 고마리, 둘 다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의 열매를 키웁니다.

감사는 늘 소리 없이 피는 마음의 꽃입니다.



2. 구절초와 달맞이꽃

때를 알고 피는 꽃의 지혜

구절초는 가을 산 마지막 주인공입니다.

이름처럼 아홉 번째 절기쯤, 음력 99일에 피어

맑고 고운 흰빛으로 가을바람에 흔들립니다.

세찬 바람에도 향긋하게 뿜으며 가을 끝자락을 알려줍니다.

그 곧고 단정한 모습은

서두르지 않아도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달맞이꽃은 해가 지고 나서야 피어납니다.

노란빛 꽃잎이 어둠에서 은은하게 빛나

밤하늘 별처럼 세상을 밝혀 줍니다.

낮보다 밤에 더 아름답게 빛나는 달맞이꽃은

그 노랑빛이 마음을 먼저 데웁니다.


구절초와 달맞이꽃,

하나는 낮의 끝에서, 하나는 밤의 시작에서 피어

서로 다른 빛으로 가을의 시작과 끝을 맡습니다.

우리 삶도 누군가는 아침에, 누군가는 밤에 피어나지만

모두 제때에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3. 꽃향유와 맨드라미

향기로 피어나고, 색으로 남는다

꽃향유는 이름처럼 향기가 가득합니다.

가을 들판이나 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보랏빛 줄기 끝마다 많은 작은 꽃이 피어 있습니다.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면 은은한 향이 퍼집니다.

벌과 나비가 좋아하는 풀꽃이기도 합니다.

향기로 주변을 따뜻하게 합니다.


맨드라미는 반대로 강렬합니다.

불꽃처럼 붉은 꽃잎이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며

언제나 눈길을 끕니다.

한 번 피면 오랫동안 시들지 않아

오래된 사랑’, ‘불멸의 열정을 상징합니다.


꽃향유는 향기로 감싸고,

맨드라미는 빛깔로 세상을 물들입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향기로,

누군가에게 색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나팔꽃과 닭의장풀

하루를 노래하는 꽃들

나팔꽃은 새벽이 가장 바쁠 때 피어납니다.

햇살이 들면 활짝 열리고, 한낮이 지나면 조용히 닫힙니다.

짧은 하루이지만, 그 하루를 누구보다 환하게 삽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새로 피어나는 마음으로 살라

나팔꽃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닭의장풀은 논두렁이나 길가, 학교 담장 아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파란 꽃잎 두 장이 꼭 하늘을 품고 있는 듯하지요.

닭이 울 무렵, 이슬 위에서 가장 뚜렷하게 빛납니다.

그래서 이름도 닭이 울면 피는 꽃이라 불렸습니다.

나팔꽃과 닭의장풀은 모두 짧게 피지만,

그 하루가 얼마나 값진지를 보여 줍니다.

하루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그가 인생의 진짜 꽃을 피우는 사람입니다.




5. 메리골드와 백일홍

시간을 견디는 빛

메리골드는 태양을 닮은 꽃입니다.

밝은 노란빛, 주황빛의 잎이 마치 햇살을 모아 놓은 듯합니다.

향이 진해 해충을 쫓아주기에 태양의 수호자라 불립니다.

해를 보며 피는 모습이 참 당당합니다.


백일홍은 그 이름처럼 백 일 동안꽃을 피웁니다.

긴 여름에도, 가을바람에도 시들지 않습니다.

끈기와 꾸준함, 그리고 기다림의 상징이지요.


메리골드는 단단한 순간의 빛,

백일홍은 긴 이어가는 힘을 보여 줍니다.

서로 다른 시간의 방식으로 빛납니다.

짧게 피어도 진하게, 오래 피어도 꾸준히~

그것이 삶의 또 다른 용기입니다.



6. 봉선화와 토끼풀

손끝의 기억, 발끝의 기쁨

봉선화는 손톱을 물들이는 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꽃잎을 따서 찧어 반죽해 손톱에 바르면

며칠이 지나도 그 붉은빛이 사라지지 않지요.

그 색은 어린 날의 마음처럼 오래 남습니다.


토끼풀(클로버)은 들판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세 잎은 믿음·소망·사랑을 뜻하고,

네 잎은 행운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땅을 자세히 들여다볼 때만 찾을 수 있듯,

행운은 늘 발밑 가까이에 있습니다.


봉선화는 손끝에 사랑을 남기고,

토끼풀은 발끝에 행운을 남깁니다.



7. 송엽국과 코스모스

햇살 아래, 바람 따라

송엽국은 해가 떠야만 피어나는 꽃입니다.

밤에는 꼭 닫고, 아침이면 햇살을 보며 활짝 엽니다.

빛이 있어야만 피는 꽃,

그래서 더욱 빛을 향한 마음을 닮았습니다.


코스모스는 이름 그대로 질서(Cosmos)’를 뜻합니다.

가늘고 여린 줄기지만, 가을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습니다.


송엽국은 햇살로 피고, 코스모스는 바람에 춤춥니다.

이 두 꽃처럼 우리도

빛이 오면 피어나고, 바람이 와도 꺾이지 않았으면 해요.


작지만 단단한, 풀꽃의 가르침

가을 풀꽃은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말없음 안에 큰 가르침이 있습니다.

작지만 강하고, 여리지만 단단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작아도 괜찮아,

지금 이 자리에서 피어나면 돼.”


풀꽃은 겸손하게 삽니다.

누군가 발밑에서 피어나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세상을 환하게 만듭니다.

그게 진짜 강함입니다.


우리 모두 풀꽃처럼 작지만 단단하게

누군가 하루를 밝히는 향기로,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잎새로,

가을 햇살 속에서 은은히 피어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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