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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샘”터100(26-18)_교장실 앞 놀이터, 잠시 쉽니다. 교장실 앞 놀이터, 잠시 쉽니다.

아이들이 놀고 간 자리입니다. 책은 펼쳐져 있고, 블록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체스 말은 중간에 멈춰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리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대로 두고 갔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다음에 이어서 해야지” 하고 놀이를 잠시 멈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 마음을 이해하며 그대로 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편이 걱정됩니다. “이대로 두어도 되는구나.” “누군가 해주겠지.” 이 생각이 쌓여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버릴까 봐서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이 자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놀이터입니다. 아이들은 ‘끝’을 정리하기보다 ‘다음을 남겨두는’ 데 더 익숙합니다. “다음에 또 할 거니까.” “나는 안 했으니까 괜찮겠지.” 종이 울리면 그 마음을 뒤로 둔 채 교실로 달려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른의 기준은 조금 다릅니다. 정리는 ‘마무리’이고, 정돈은 ‘다른 사람을 위한 준비’입니다. 내 다음 시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다음 시간을 생각하는 것, 그래서 자리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힘을 우리는 자라면서 배웁니다. 
그래서 “치우세요”라고 말하기보다 “이 자리는 쉽니다” 라는 안내를 붙였습니다. 정리가 되어야 다시 열리는 자리로 의미를 바꾸어 본 것입니다.
“왜 쉬어요?” “다시 놀 수 있어요?” 아이들이 와서 묻습니다. 그 질문 속에는 이미 배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자리는 쓰는 것보다 함께 지켜가는 것입니다.
정리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물건과 관계, 공간과 관계, 그리고 함께 사용하는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이 자리는 책임을 배우는 자리 기다림을 배우는 자리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자리입니다 

다음 주, 다시 열릴 이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배움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학교 곳곳에서 몸으로, 마음으로, 관계로 조용히 자라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가 드는 일이 아니라 나에서 시작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씩 넓혀가는 일입니다. 그렇게 사람은 자라고, 삶은 깊어집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자리가 다시 열릴 때, 우리는 무엇을 함께 지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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